대학 시절 대자보 금지에 분노
학보사 검열 심해 독립언론 세워
“학생기자 스스로 편집권 인식 갖춰야”
대학언론 위기 극복 위해 빚 5천만원

차종관씨는 사진을 찍기 전 “전남대에서 가장 상징적인 것 같아 벽화 앞에서 찍고 싶다"고 부탁했다.
지난달 23일 대학언론인네트워크 차종관 자문위원과 임주영 감사가 전국대학신문기자연합 출신 정경미씨와 을 찾아 광주를 방문했다. 차 자문은 대학언론 위기 극복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온 경험을 설명하며 정경미씨에게 도움을 청했다. 이야기를 함께 들은 기자는 차 자문의 활동과 목표를 많은 이들에게 알리기 위해 특별 인터뷰를 진행했다.
대학언론이 제 기능을 상실하면 그 공백은 단지 한 매체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 공론장 전체의 위기로 이어진다.
차종관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자문은 현재 대학언론의 상황을 “위기를 넘어 소멸 단계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그는 대학언론의 약화를 단순한 예산 축소나 인력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사회 전반의 구조적 변화 속에서 나타난 결과라고 설명했다.
대학 시절 대학에 감춰진 문제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된 차 자문은 “대학의 문제를 알리기 위해 대자보를 붙였는데 청소팀에서 바로 떼갔다”며 “이렇게 문제를 문제라고 말하는 것조차 막는 대학에 화가 났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부터 대학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그는 학보사 입부를 고민했지만, 내부 구조에 한계를 느꼈다고 했다. 차 자문은 “대학을 강하게 비판해야 할 사안이 있을 때 학보사는 구조적으로 제약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며 “그래서 독립언론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2017년 그는 학내 독립언론을 창간했다. 총장 업무추진비 사용 의혹, 교수 성비위 사건 등 민감한 사안을 취재했다. 온라인과 SNS를 활용해 속보 중심으로 운영했다. 그러나 운영은 길지 않았다. 그는 “인력과 재정이 모두 취약했다”며 “당시 생겨난 대학 독립언론 상당수가 비슷한 이유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2년 만에 매체는 중단됐다.
차 자문에게 코로나19는 전환점이 됐다. 그는 “새로운 매체를 만들고 운영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분명했다”며 “기존 대학언론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그런 그는 2020년 대학언론인네트워크를 출범시켰다. 이 단체는 △대학언론 기자 교육 아카데미 운영 △대학언론인 컨퍼런스 개최 △법률 자문 △편집권 침해 대응 지원 △전국 대학신문 아카이브 구축 등을 진행하고 있다.
차 자문은 “개별 대학언론은 문제가 생겼을 때 대학본부와 마주해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외부 연대 기구가 있어야 최소한의 대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혼자 싸우면 고립되지만, 연결되면 공론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차 자문은 대학언론 위기의 원인을 단순히 예산 삭감으로 설명하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예산이 줄어든 것은 결과일 수 있다”며 “더 본질적인 문제는 내부의 약화”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독자 무관심”이라며 “학생들이 대학언론을 찾지 않는다면 왜 읽을 이유가 없는지 먼저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 자문은 “행사 안내나 무난한 기사 중심으로 지면이 구성되면 공동체의 갈등과 핵심 현안은 사라진다”며 “비판 기능이 약해지면 존재 이유도 약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학생 기자 내부의 인식 변화도 언급했다. 차 자문은 “대학과 협력적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가 과도해지면 비판이 위축된다”며 “비판은 공격이 아니라 공동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편집권은 기자의 권리이자 책임”이라며 “그 권리를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면 외부의 개입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일부 대학에서 운영 규정을 개정해 편집권을 주간교수에게 이양한 사례에 대해서도 그는 우려를 표했다. 차 자문은 “지원이 통제의 근거가 되는 구조는 장기적으로 언론을 약화시킨다”고 말했다.
차 자문은 대학언론 위기를 학생자치 전반의 약화와 연결 지었다. 그는 “최근 총학생회 활동이 구조적 문제를 제기하는 정치적 역할보다 사업 중심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치의 본질은 학생을 대표해 대학 운영과 정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협상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간식 사업은 부질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차 자문은 “대표 기구가 갈등을 감수하지 않으면 공론장은 자연스럽게 조용해진다”며 “총학생회가 갈등을 피하고, 언론도 비판을 자제하면 대학은 점점 더 비정치화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조용한 대학이 반드시 건강한 대학은 아니다”며 “갈등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표면 아래로 내려간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학언론의 약화와 총학생회 탈정치화를 하나의 흐름으로 봤다. 차 자문은 “언론과 자치가 동시에 비판 기능을 잃으면 대학 공동체는 문제를 드러내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차 자문은 대학언론의 의미를 민주주의와 연결 지었다. 그는 “대학은 사회에 나가기 전 민주주의를 연습하는 공간”이라며 “학내에서 토론하고 비판하고 협상하는 경험이 사회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에서 공론장이 약해지면 사회로 나가는 시민의 감각도 약해질 수 있다”며 “대학언론은 그 출발점에 있다”고 설명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는 상황에 대해 그는 현실적인 전망도 내놨다. 차 자문은 “모든 대학언론을 유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대학이 100개로 줄어든다고 해도 그 100곳에는 최소한 제 기능을 하는 언론이 남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말하는 기능은 홍보가 아닌 감시와 기록, 공론화다. 그는 “죽을 곳은 죽더라도 남은 곳은 제대로 기능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대학사회 전체의 기록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차 자문은 대학언론 활동에 개인 빚 5천만원가량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그는 “재정적 부담과 번아웃을 겪은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활동을 이어가는 이유에 대해 그는 “대학언론이 있어야 학생들이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뜻을 위해 사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
차 자문은 “예전에는 대학언론 관련 논의가 대부분 ‘위기’와 ‘붕괴’에 머물렀다면, 최근에는 ‘연대’와 ‘대안’을 이야기하는 자리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속도는 느리지만 방향을 바꾸려는 움직임은 분명 존재한다”며 “연결을 통해 최소한의 방어선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학생 기자들에게 “편집권은 누가 대신 지켜주지 않는다”며 “기자 스스로 그 의미를 인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그는 “비판을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가 회복돼야 대학도 건강해질 수 있다”며 “대학언론이 무너지면 민주주의도 함께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 차 자문은 '틈새꽃'이라는 비영리 스타트업을 만들 계획이다. 그는 “틈새꽃은 시민사회와 사회연대경제 등의 후원을 받아 산하에 공익 매체를 운영한다”며 “돈 되는 기사, 조회수를 위한 기사 말고 비영리성·공익성·당사자성을 준거로 매체를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대학언론의 위기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러나 그 위기를 민주주의의 문제로 바라보는 시도 또한 이어지고 있다. 차종관 대학언론인네트워크 자문위원은 대학 공론장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도록, 사라지는 속도를 늦추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글 김재현 기자, 사진 박수빈 기자 news@cnumedia.com
https://press.cnumedia.jnu.ac.kr/news/articleView.html?idxno=22674
기획
“대학언론이 무너지면 민주주의도 무너집니다”
차종관 대학언론인네트워크 자문위원
대학 시절 대자보 금지에 분노
학보사 검열 심해 독립언론 세워
“학생기자 스스로 편집권 인식 갖춰야”
대학언론 위기 극복 위해 빚 5천만원
차종관씨는 사진을 찍기 전 “전남대에서 가장 상징적인 것 같아 벽화 앞에서 찍고 싶다"고 부탁했다.
지난달 23일 대학언론인네트워크 차종관 자문위원과 임주영 감사가 전국대학신문기자연합 출신 정경미씨와 을 찾아 광주를 방문했다. 차 자문은 대학언론 위기 극복을 위해 치열하게 살아온 경험을 설명하며 정경미씨에게 도움을 청했다. 이야기를 함께 들은 기자는 차 자문의 활동과 목표를 많은 이들에게 알리기 위해 특별 인터뷰를 진행했다.
대학언론이 제 기능을 상실하면 그 공백은 단지 한 매체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 공론장 전체의 위기로 이어진다.
차종관 대학언론인 네트워크 자문은 현재 대학언론의 상황을 “위기를 넘어 소멸 단계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그는 대학언론의 약화를 단순한 예산 축소나 인력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대학사회 전반의 구조적 변화 속에서 나타난 결과라고 설명했다.
대학 시절 대학에 감춰진 문제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된 차 자문은 “대학의 문제를 알리기 위해 대자보를 붙였는데 청소팀에서 바로 떼갔다”며 “이렇게 문제를 문제라고 말하는 것조차 막는 대학에 화가 났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부터 대학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이후 그는 학보사 입부를 고민했지만, 내부 구조에 한계를 느꼈다고 했다. 차 자문은 “대학을 강하게 비판해야 할 사안이 있을 때 학보사는 구조적으로 제약이 존재한다고 판단했다”며 “그래서 독립언론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2017년 그는 학내 독립언론을 창간했다. 총장 업무추진비 사용 의혹, 교수 성비위 사건 등 민감한 사안을 취재했다. 온라인과 SNS를 활용해 속보 중심으로 운영했다. 그러나 운영은 길지 않았다. 그는 “인력과 재정이 모두 취약했다”며 “당시 생겨난 대학 독립언론 상당수가 비슷한 이유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2년 만에 매체는 중단됐다.
외부에서 대학언론 지원
차 자문에게 코로나19는 전환점이 됐다. 그는 “새로운 매체를 만들고 운영하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분명했다”며 “기존 대학언론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그런 그는 2020년 대학언론인네트워크를 출범시켰다. 이 단체는 △대학언론 기자 교육 아카데미 운영 △대학언론인 컨퍼런스 개최 △법률 자문 △편집권 침해 대응 지원 △전국 대학신문 아카이브 구축 등을 진행하고 있다.
차 자문은 “개별 대학언론은 문제가 생겼을 때 대학본부와 마주해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외부 연대 기구가 있어야 최소한의 대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혼자 싸우면 고립되지만, 연결되면 공론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위기의 본질은 내부의 약화
차 자문은 대학언론 위기의 원인을 단순히 예산 삭감으로 설명하는 시각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예산이 줄어든 것은 결과일 수 있다”며 “더 본질적인 문제는 내부의 약화”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독자 무관심”이라며 “학생들이 대학언론을 찾지 않는다면 왜 읽을 이유가 없는지 먼저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차 자문은 “행사 안내나 무난한 기사 중심으로 지면이 구성되면 공동체의 갈등과 핵심 현안은 사라진다”며 “비판 기능이 약해지면 존재 이유도 약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학생 기자 내부의 인식 변화도 언급했다. 차 자문은 “대학과 협력적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가 과도해지면 비판이 위축된다”며 “비판은 공격이 아니라 공동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편집권은 기자의 권리이자 책임”이라며 “그 권리를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면 외부의 개입에 취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일부 대학에서 운영 규정을 개정해 편집권을 주간교수에게 이양한 사례에 대해서도 그는 우려를 표했다. 차 자문은 “지원이 통제의 근거가 되는 구조는 장기적으로 언론을 약화시킨다”고 말했다.
총학생회의 탈정치화
차 자문은 대학언론 위기를 학생자치 전반의 약화와 연결 지었다. 그는 “최근 총학생회 활동이 구조적 문제를 제기하는 정치적 역할보다 사업 중심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치의 본질은 학생을 대표해 대학 운영과 정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협상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간식 사업은 부질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차 자문은 “대표 기구가 갈등을 감수하지 않으면 공론장은 자연스럽게 조용해진다”며 “총학생회가 갈등을 피하고, 언론도 비판을 자제하면 대학은 점점 더 비정치화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조용한 대학이 반드시 건강한 대학은 아니다”며 “갈등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표면 아래로 내려간 것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학언론의 약화와 총학생회 탈정치화를 하나의 흐름으로 봤다. 차 자문은 “언론과 자치가 동시에 비판 기능을 잃으면 대학 공동체는 문제를 드러내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대학은 민주주의 연습장
차 자문은 대학언론의 의미를 민주주의와 연결 지었다. 그는 “대학은 사회에 나가기 전 민주주의를 연습하는 공간”이라며 “학내에서 토론하고 비판하고 협상하는 경험이 사회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에서 공론장이 약해지면 사회로 나가는 시민의 감각도 약해질 수 있다”며 “대학언론은 그 출발점에 있다”고 설명했다.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구조조정이 가속화되는 상황에 대해 그는 현실적인 전망도 내놨다. 차 자문은 “모든 대학언론을 유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대학이 100개로 줄어든다고 해도 그 100곳에는 최소한 제 기능을 하는 언론이 남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말하는 기능은 홍보가 아닌 감시와 기록, 공론화다. 그는 “죽을 곳은 죽더라도 남은 곳은 제대로 기능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대학사회 전체의 기록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사라지는 속도 늦추기
차 자문은 대학언론 활동에 개인 빚 5천만원가량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그는 “재정적 부담과 번아웃을 겪은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활동을 이어가는 이유에 대해 그는 “대학언론이 있어야 학생들이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뜻을 위해 사는 게 즐겁다”고 말했다.
차 자문은 “예전에는 대학언론 관련 논의가 대부분 ‘위기’와 ‘붕괴’에 머물렀다면, 최근에는 ‘연대’와 ‘대안’을 이야기하는 자리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속도는 느리지만 방향을 바꾸려는 움직임은 분명 존재한다”며 “연결을 통해 최소한의 방어선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학생 기자들에게 “편집권은 누가 대신 지켜주지 않는다”며 “기자 스스로 그 의미를 인식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그는 “비판을 두려워하지 않는 문화가 회복돼야 대학도 건강해질 수 있다”며 “대학언론이 무너지면 민주주의도 함께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으로 차 자문은 '틈새꽃'이라는 비영리 스타트업을 만들 계획이다. 그는 “틈새꽃은 시민사회와 사회연대경제 등의 후원을 받아 산하에 공익 매체를 운영한다”며 “돈 되는 기사, 조회수를 위한 기사 말고 비영리성·공익성·당사자성을 준거로 매체를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대학언론의 위기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러나 그 위기를 민주주의의 문제로 바라보는 시도 또한 이어지고 있다. 차종관 대학언론인네트워크 자문위원은 대학 공론장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도록, 사라지는 속도를 늦추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